어린이과학동아&수학동아 연재기사
[기획] 꿈은 이루어질까? 상온 초전도체 1
올여름, 꿈의 물질로 불리는 상온 초전도체 ‘LK-99’를 우리나라 과학자가 개발했다는 소식에
전 세계가 들썩였어. 정말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면 노벨 물리학상은 따 놓은 당상인 데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비롯해 일상이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지.
상온 초전도체는 아직 검증 중이지만, 안타깝게도 점점 부정적인 쪽으로 기울고 있어.
상온 초전도체를 향한 과학자들의 끝없는 도전을 공개할게!
(기사는 8월 29일 기준으로 작성됐습니다.)
지난 7월, 우리나라 퀀텀에너지연구소
이석배 박사팀은 세계 최초로
상온 상압 초전도체 ‘LK-99’를 만들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어요. 그 제조법까지
아주 상세하게 적혀 있었지요. 전 세계 과학자들은
깜짝 놀라며 즉각 검증에 나섰습니다.
LK-99 등장에 전 세계가 깜짝 놀란 이유는?
초전도체는 특정 온도 이하에서 전기 저항이 사라
지며 전기를 매우 잘 전달하는 물질을 말합니다. 초
전도체는 1911년 네덜란드 물리학자 오네스에 의해
처음 발견된 뒤, 100년 넘게 수많은 과학자들의 연
구 주제였어요.
지금까지 발견된 초전도체는 온도를 영하 200℃
이하로 낮추거나, 압력을 대기압의 150~200만 배
로 높여야만 작동합니다. 과학자들은 아주 낮은 온
도에서 나타나는 초전도 현상의 원리는 이해했지만,
고온 초전도 현상의 정확한 원리는 파악하지 못하
고 있지요. 초전도체를 일상에서 활용하려면 우리
가 생활하는 온도(상온)와 압력(상온)에서도 초전도
현상을 보여야 하는데, 과학자들은 아직 이 숙제를
풀지 못하고 있습니다.
퀀텀에너지연구소 이석배 박사팀 역시 지난 20년
간 상온 초전도체를 찾기 위해 도전하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발표한 LK-99는 납과 구리 등을 활용해 만
들었어요. 산화납과 황산납을 섞어 725℃로 24시간
동안 가열한 물질에 다시 인산 구리를 섞어 925℃로
5~20시간 동안 가열했죠. 연구팀은 LK-99의 온도
를 바꿔가며 전기 저항을 측정했어요.
LK-99가 초전도체가 맞다면 두 가지 조건을 만
족해야 합니다. 특정 온도에서 저항이 0이 되어야 하
고, 외부 자기장과 크기는 같고 방향은 반대인 자기
장을 만들어내 외부 자기장을 완전히 밀어내는 ‘완
전 반자성’을 띠어야 해요. 연구팀은 LK-99가 절대
온도 400K(약 127℃)에서 전기 저항값이 뚝 떨어지
고, 흑연보다 5000배나 강하게 외부의 자기장을 밀
어내는 반자성 효과를 확인했습니다. 연구에 참여
한 김현탁 박사 역시 “LK-99 안에 초전도성이 있
다”며 “만약 불순물 없는 고순도의 시료를 합성하면
LK-99가 초전도체로 작동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논문을 살핀 과학자들은 LK-99의 전기
저항이 127℃ 부근에서 완전히 0이 되지 않았고, 외
부 자기장도 완전히 상쇄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
다고 지적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최한용
교수는 “논문에 나온 데이터만 봐서는 초전도체가
가져야 할 두 가지 특성인 저항이 0, 완전 반자성이
보이지 않는다”며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닌 다른
물질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한 달간 중국, 미국 등 전 세계 연구팀이
이석배 연구원팀의 논문에 나온 제조법에 따라
LK-99를 합성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어떤 연구팀도 LK-99가 특정 온도에서
저항이 0이 된다는 것을 확인하지 못했어요. 검증
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많은 연구팀과 국제 과
학학술지 네이처는 상온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부정
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
역시 “논문에 나온 LK-99 제조법에 따라 시료를 만
들어 특성을 조사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초전도성을
나타내는 측정 결과는 없다”고 밝혔습니다.